kimtoma

프랜시스 베이컨 왈

프랜시스 베이컨이 200년뒤에 UX 디자이너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

항상 허기진 주말, 점심을 먹기 위해 주차를 하려는데 주차장소가 마땅하지 않아서, 교보문고 건물에 주차하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주차비 내기 아까워진 마음에 차라리 책을 사고 무료주차를 하자고 교보문고에 들어가서 산 책이 바로 “철학의 이단자들”이었다. PPL 아님… (교보문고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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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인 스티븐 내들러가 글을 쓰고, 아들인 벤 내들러가 그림을 그린 책으로 1700년대의 서양 근대철학에 대해서 간단하게 개념을 설명해주는 만화책이다. 오랜만에 철학을 어렵지 않은 설명과 만화로 재밌게 읽고 있었는데, 영국 경험론의 아버지라는 프랜시스 베이컨이 나오는 부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어렴풋이 중/고등학교 시절에 “우상 어쩌고저쩌고”를 배운 건 기억이 나는데, 베이컨 선생님께서는 귀납 추론을 방해하는 아래 4가지 우상들을 멀리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1. 종족의 우상 (착각)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착각을 하는 인간 종족의 경향
  2. 동굴의 우상 (독선) 개인의 경험으로 편협하고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거나 오류를 범하는 것
  3. 시장의 우상 (전문) 언어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생기는 혼동, 거짓말이나 전해 들은 말을 진실이라고 믿고 현혹되는 것
  4. 극장의 우상 (편견) 저명한 철학자들의 이론을 절대적인 진리로 여기고 비판없이 수용할 때 생기는 해로운 영향

그런데 자세히 보면 베이컨이 주장했던 4가지 우상에 대한 경계는 200년이 지난 지금의 UX 디자이너에게도 모두 경계의 대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1. **종족의 우상 **고객 데이터를 단편적으로만 보고, 총체적으로 보지 않고 선입견을 품고 설계하려는 UX 디자이너! 이 메뉴는 사용 빈도수가 적으니 다음 업데이트 때 삭제하자! > 쓰기 어려워서 적은 거라면…? 버튼을 쥐콩만하게 만들었다면
  2. **동굴의 우상 **개인의 경험으로 오류를 범하거나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UX 디자이너! 라떼는 말이야~ GA 도 없어서 다 열심히 야근하고 하면서 엑셀로 막 트랙킹하고 그랬단 말이야~ > 그랬던 적 없음…
  3. **시장의 우상 **잘못 전해 들은 정보나 불완전한 데이터에 신념을 가지고 서비스에 바로 적용해 보자며 끔찍한 혼동을 초래하는 UX 디자이너! 카카오랑 네이버도 그렇게 한다던데? 친구네 회사에서는… > 실제로 그렇게 안함…
  4. **극장의 우상 **해외에서 물 건너온 최신 UX 방법론을 절대진리로 여기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UX디자이너! 엄… 쓀리컨뷀리 최신 츄뤤드에 따르면 우리의 디좌인 프로쉐스도 워러풜 방식에서 좀 더 애좌일한 방법으로 륀하게 풀어나가야 프롸둭이 잘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왓 두 유 띵?! > 알고보면 순수 토종 국내파 디자이너…

이정도면 소름 ㅇㅈ?!

더 소름끼치고 잘 들어맞는 대목은 우상들을 피하고 진리에 쫓기 위해서 거쳐야 할 아래 3단계의 과정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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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slideshare.net/mariambedraoui/inductive-research

  1. 편견없이 가공되지 않은 자료를 관찰이나 실험을 통해 수집한다.
  2. 더 많은 자료가 쌓이면 새로운 연관관계가 드러나면 일반화 시킨 후 가설을 세운다.
  3. 가설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찰과 실험을 거쳐 끌어낸 뒤, 실제 경험한 자료와 비교해 가설을 정당화한다.

어디서 많이 본 프로세스 같지 않나? 극장의 우상을 범하는 느낌이긴 하지만 Data-driven UX 또는 Lean UX 라고 들어보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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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n UX Process

다이어그램이 조금 더 이뻐지고, 과정을 가르키는 용어가 다르지만 위 2개의 다이어그램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동일하다.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상에서 측정가능한 데이터를 측정하지 않고 느낌적인 느낌으로만 디자인하는 시대는 이제 지난 것이다.

가설을 세우고 빠르게 만들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인간 본연의 오류를 피해서 분석하고 가설을 정당화하는 이 모든 과정이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IT 업계 전반에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Data-driven UX 설계와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왜 구글이나 글로벌 IT 업체들이 계속 늘어나는 서버비용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저장공간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일반 사용자들의 사진을 무제한으로 올리고, 동영상 포스팅을 계속 올리게 할까?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Data 수집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지출되는 서버비용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일 것이다.

저렇게 수집한 빅 데이터를 BigQuery 등의 솔루션을 통해 분석하고 머신러닝(또는 딥러닝)을 통해 그동안 보지 못하던 분석과 관점에서도 수치화한 데이터로 보면서 점점 더 의사결정자의 판단을 돕거나 아예 판단까지도 자동화시키는 단계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시대에 UX 디자이너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할까?


아! 그래서 프랜시스 베이컨이 UX 디자이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뭐였던 거 같냐면…

(UX 디자이너는 사용자를 데이터를 통해서) “아는 것이 힘이다.